2022년 최대의 공모주로 불리는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이 '전 국민 소고기 파티', 엘지에서 시행되는 재난지원금이라고 환호를 받기도 했지만, LG화학은 물적분할로 기업 상장에 대한 혜택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지난해 SK케미칼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가 물적분할을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기업의 분할 방식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했다가 저도 큰 코 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 소위 '물타기'라는 것을 해서 평균 단가를 내려 수익을 보고 매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21.11.03 - [경제다정/주식] - 주린이가 분할매수, 분할매도로 수익 냈어요!
이처럼 기업의 분할 방식은 주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므로 주식투자를 위해서 기업의 물적분할, 인적분할 방식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어야지만 호재인지, 악재인지 판단하여 매수나 매도 타이밍을 잡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기업분할이란?
최근 SK텔레콤, LG, 하이브(빅히트), SK케미칼 등 기업 지배구조 정비 및 경영 효율화 등을 이유로 기업분할을 단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업분할은 여러 가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각 사업 부문별로 가치(밸류에이션)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 부문을 분리해 회사의 자원 배분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기업분할의 목적은 분할 기업별로 사업 역량을 집중해서 경영 효율성을 재고하는 있다고 하겠습니다.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에는 물적 분할과 인적 분할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물적 분할을 선호하고, 소액 주주들은 인적 분할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 분할 방식에 대한 설명과 차이점,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아야 주식투자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분할은 말 그대로 기업을 쪼개어 분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회사의 여러 가지 사업들 중에서 특정 사업부문을 분히하여 둘 이상의 독립된 회사로 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 분할 후 그대로 남는 기업을 존속회사라 하고, 분할하면서 새로 생기는 기업을 신설회사라고 부릅니다. 모회사가 새 회사를 자회사 형태로 보유하는 수직 관계의 '물적 분할'과 모회사와 신설 회사를 수평 관계로 분리해 각각 독립된 회사로 만드는 '인적 분할'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면 A씨가 7000만 원(지분율 70%), B 씨가 3000만 원(30%)의 투자금을 내 자본금 1억 원 규모의 치킨·피자집을 하나 차렸다고 가정해봅니다. 사업이 번창하고 특히 피자 사업이 잘 돼서 피자 사업만을 따로 떼내어 자본금 5000만 원 규모로 성장시키려고 합니다. 이렇게 피자 사업을 따로 분사(Spin-off)를 하여 하나의 회사를 두 개 이상으로 쪼개는 것을 분할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A 씨가 가진 선택지가 바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입니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치킨집이 피자집의 모회사가 됩니다. 모회사인 치킨집에 대해서는 A씨가 70%, B 씨가 30%의 지분율이 유지됩니다. 동시에 치킨집은 자회사 피자집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됩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수직이 되는 것입니다.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의 차이
기업분할에서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의 가장 큰 차이는 주주 구성입니다.
물적 분할의 경우 기업의 자산·부채 등 재산만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모회사가 따로 떼어 분리한 회사의 회사의 100% 주주가 된다. 지난해 물적 분할을 결정한 LG화학의 경우 배터리 사업부인 LG에너지솔루션을 100% 자회사로 분리한 것이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대주주(기업)가 신설 회사의 소유권을 갖게 되고 기존 모회사 주주는 신설 회사를 간접적으로 보유하게 되는 것입니다.
앞의 치킨집을 예로 들어 보면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치킨집이 피자집의 모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모회사인 치킨집에 대해서는 A 씨가 70%, B 씨가 30%의 지분율이 유지하게 됩니다. 동시에 치킨집은 자회사 피자집의 지분 100%를 소유합니다. 기업 지배구조가 수직이 되는 것입니다.
반면 인적 분할은 기존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신설 회사의 주주 구성은 모회사와 동일합니다. 가령 SK텔레콤의 경우 최근 통신과 투자전문회사로 나누어 SK텔레콤과 SK스퀘어로 인적 분할을 결정했는데, 기존 SK텔레콤 주주라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대로 두 회사의 지분을 동일하게 나눠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즉 기존의 SK텔레콤 주주들은 통신회사 주주도 되고, 투자전문회사 주주도 되는 것입니다.
앞의 피자집을 예로 들어보면 인적 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기 때문에 치킨집은 물론 피자집 지분도 A 씨가 70%, B 씨가 30%를 갖게 됩니다. 치킨집과 피자집은 서로 간에 지분 관계가 없고, 수평적인 관계사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물적 분할하게 되면 A 씨와 B 씨는 피자집 경영권을 치킨집을 통해 간접 보유하게 되고, 인적 분할하면 직접 보유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인적분할을 하는 목적은 크게 경영 효율성 제고와 지배 구조 개선 두 가지입니다. 우선 경영 효율성 제고를 살펴보면 비대해진 사업구조를 핵심부문과 비핵심부문으로 분리해야 할 때, 혹은 현재 영위하는 사업들이 상호 연관성이 적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을 땐 독립적인 경영체제가 바람직하기 때문에 기업분할을 하게 됩니다.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 기업분할 명분으로 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지배구조 개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것입니다. 경영권을 유지할 정도의 지분만 가지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도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주주들에게 유리할까요?. 통상 물적 분할은 기업에게, 인적 분할은 일반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인적 분할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신설 회사의 주식을 종전 지분율대로 배정받는 것이 이득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LG화학이 물적 분할을 결정하고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맞닥뜨린 바 있습니다. 올해 엔솔의 상장 후에도 LG화학 주주들은 주가가 곤두박이칠 쳐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 화가 났습니다. 이는 LG화학의 주가가 힘을 받았던 이유가 배터리 부문 성장성에 있는데, 물적 분할을 통해 배터리 부분 사업을 떼어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상장하는데 이 회사의 지분은 LG화학이 100% 갖고, 소액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한 주도 챙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LG화학 주주들도 LG화학을 통해 LG에너지를 간접 지배하고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배터리'라는 핵심 사업 이탈로 모회사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일반 주주들은 물적 분할에 반대하는 것이고, 실제로 LG화학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물적 분할은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회사가 새 회사 지분을 100% 보유해 경영면의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새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 유치도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외부 투자금을 유치하기 쉬운 셈입니다.
기업분할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
통상적으로 기업분할은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최근 증시에서 SK텔레콤과 LG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분할과 관련한 선행 연구에서도 기업 분할의 긍정적 효과를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정무권 국민대 교수의 '인적분할과 기업가치(2018)'에 따르면 지난 2001~2015년 사이 인적분할을 공시한 99개 기업의 주가는 상장 3개월과 1년 후 각각 8.72%, 19.06% 상승했고, 특히 다른 업종으로의 분사일 때, 대주주 지분율이 높을수록, 기업 정보 비대칭성이 높을수록, 코스닥 상장 기업일수록 주주가치가 더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적분할은 인적분할보다 주가 상승효과가 적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분할 공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인적분할에 따른 주가 상승효과는 공시 전 5일부터 공시 이후 3일까지 존재하며, 물적분할은 공시 하루 전부터 공시일 당일까지 이틀간 유의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인적분할이 주주가 신설회사와 기존 회사의 주식을 모두 갖게 되므로 자신의 기호에 맞는 주식을 취사선택해 보유하거나 매각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반면, 물적 분할은 분할 이후 주주가 보유한 주식수 및 내용에 변동이 없고, 분할 신설된 부분에 대해 주주의 지배력이 약화되는 등 주주가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업분할이 소액주주에게 미치는 영향
일반적으로 보면 물적분할은 대주주 입장에서 유리하고, 인적분할은 저와 같은 개미인 소액주주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생각됩니다.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인 LG화학주식의 소액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기존의 알짜배기 사업부문인 배터리 사업이 떨어져 나가 주식 가치가 희석되어 지분율이 하락하였습니다. 실제적으로 LG화학에 투자하신 소액주주들은 화학분야보다는 앞으로 미래 가치가 있는 배터리 부분에 투자를 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소액주주들의 의견의 반영은 없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배터리 사업이 떨어져 나간 것입니다. 배터리 부분을 보고 투자를 했음에도 이에 해당하는 주식을 직접 받지 못하고, 지분율은 하락하여 이에 실망한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주가는 급락했던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모르고 그대로 LG화학 주식을 갖고 있던 주린이들은 아마도 쪽박을 찼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주식장이 하락세인 경우에는 그 충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
최근 이처럼 기업의 물적분할 등을 통한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쪼개기 상장'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합니다. 또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된다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주고 있습니다. 소액주주의 권리보호를 중요시하는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이중 상장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 주식시장에도 소액주주들이 대거 투자에 참여하고 있고, 목소리가 커지자 정치권이나 관련기관에서 기업들의 물적 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대해 제동 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기업분할 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 부여'와 '분할된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 주식 우선 배정 의무화'등이라고 합니다.
현재처럼 기업들이 물적 분할 한 수 자회사를 상장하게 되면 지배주주들은 지배권 방어를 할 수 있지만, 소액주주는 배당권이 손실됩니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권리가 상충되고, 지배주주의 지배권 방어 비용을 소액주주가 내는 셈이 됩니다.
동학개미운동이 서학으로 모두 옮겨가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금 유치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참고: 한겨레 신문, 매일경제,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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