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했던 친구이자 우리 민족의 상징과 같은 꽃, 무궁화최근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운동을 하는데 내가 걷기 운동을 하는 공원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전에는 무궁화 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요즘 아침에 보는 무궁화 꽃은 우아하면서도 기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15 광복절도 얼마 안 남았고 우리나라 무궁화 꽃에 대해 한번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무궁화의 학명과 유래
무궁화는 아욱과의 낙엽관목으로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이다. 학명에서처럼 아름다운 여신 히비스(Hibis)신을 닮았다는 의미이지만, 학명에 시리아가 들어가 있어서 시리아가 원산지가 아닌가 하는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리아에는 무궁화가 존재하지 않으며, 학계에서는 아시아의 온대 지방인 동아시아가 원산지라는 설이 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히비스커스라는 꽃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하와이주의 주화이고 히비스커스차로도 많이 마시고 있습니다. 이 히비스커스도 무궁화의 한 종류입니다.
무궁화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근화, 목근, 훈화초 또는 천지화라고도 불립니다. 신라뿐만 아니라 고조선 때에도 화랑이 있었는데 그때는 천지 화랑이라고 하였습니다. 천지화랑들은 귀에, 머리에 무궁화 꽃을 꽂고 다녔다고 합니다.
무궁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인도, 중국, 우리나라에서 자랐고, 우리나라에서는 기원전 무궁화가 자생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며 유럽은 16세기 중반, 일본은 그 이후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무궁화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무궁화가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약 4,200여 년 전 우리나라의 단군조선시대에 쓰인 중국의 고전 [산해경]이라고 합니다. 이 산해경에는 명확하게 군자국을 지칭하여 근역(槿域)이라 하였고, 무궁화는 '아침에 꽃이 피고 저녁에 꽃이 지는 훈화'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산해경에는 무궁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군자국, 즉 군자의 나라가 북방에 있는데, 그들은 의관을 정제히 하고 칼을 차며, 짐승을 먹이고 호랑이를 곁에 두고 부리며, 사양하기를 좋아하고 다투기를 싫어하는 겸허의 덕성이 있다. 근역(槿域)땅에는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시든다.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으로 유명한 통일신라 말기의 학자인 최치원이 897년 왕명을 받고 당에 보내기 위해 작성한 국서에도 등장하는데 " 근화양(무궁화 나라)의 염치와 예양이 스스로 침몰하고 호시국의 독기가 더욱 성할 뻔하였나이다"라고 하여였다. 여기에서 근화향은 신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스스로 무궁화의 나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무궁화는 외국에서 우리나라 선조들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져 왔으며 선조들 스스로도 활용하고 인정한 나라 꽃이었습니다. 무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나라꽃입니다. 보통 다른 나라에서 나라꽃 국화를 정한 시기는 17세기에서 19세기경입니다. 그런데 우리 무궁화는 이미 897년 다른 나라보다 천 년이나 앞서 나라꽃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궁화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언제일까요? 지금까지 기록상으로는 고려시대 문신 이규보가 쓴 시문집 [동국이상국집]에 무궁화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문공과 박환고가 무궁화의 이름에 대해 논했는데 하나는 '무궁은 곧 무궁(無窮)의 뜻이니 끝없이 피고 진다는 것'과 '무궁은 무궁(無宮)의 뜻이니 옛날 어떤 임금이 이 꽃을 매우 사랑해 온 궁중이 무색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의 의미 중 우리가 현재 무궁화라는 꽃의 의미는 "끝없이 피고 지는 꽃"의 의미입니다.
우리 민족은 무궁화를 고조선 이전부터 하늘나라의 꽃으로 귀하게 여겼고, 고려 예종 때에는 고려를 스스로 '무궁화의 나라' 근화향(槿花鄕)이라고 자칭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수광이 지은 <지봉유설>에는 '군자의 나라에 무궁화가 많이 있어 꽃을 피운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숙종 때의 대학자 이익의 <성호사설, 1740년경>에도 무궁화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또한 과거에 장원급제한 사람에게는 임금이 어사화(御賜花)를 내렸는데, 어사화의 장식이 무궁화 꽃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무궁화는 조선말 개화기를 거치면서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란 노랫말이 애국가에 삽입된 이후 더욱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여름에 피는 꽃, 무궁화
무궁화는 꽃으로도 으뜸임을 옛날 중국에서는 군자의 기상을 지닌 꽃이라 하여 예찬하였으며, 서양에서도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이라 하여 매우 사랑받고 있습니다.
무궁화는 정원수나 관상수로 사용되는데 여름에 꽃이 피는 나무는 거의 없어 귀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무궁화는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는 노랫말처럼 우리나라에서는 7월 초부터 시작해서 9월 말까지 100일이 넘도록 굉장히 오래 꽃이 피는데, 때로는 6월과 10월까지도 꽃이 피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래 꽃이 피어 있어서 사람들은 하나의 꽃이 계속 피어 있는 줄 알고 있기도 한다고 합니다. 꽃도 크고 화려해서 세계적으로 굉장히 인기가 있는 정원수입니다.
무궁화의 높이는 한 3~6m 정도의 키 큰 나무 종류에 속하며 수명은 100여 년 정도 됩니다. 굉장히 햇빛을 좋아하고 비옥한 땅을 좋아합니다. 반면에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도 적응을 잘해서 잘 죽지 않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우수한 무궁화의 특성이 오히려 '무궁화는 어디에 심어도 잘 자란다'라고 알려졌습니다.
무궁화에 대한 잘못된 상식
오해 1) 무궁화에는 벌레가 많다?
무궁화에는 '진딧물이 많다', ' 벌레가 많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어른들이 많으신데 키워보셨냐고 물어보면 다들 다른 사람에게 들어서 그렇다고 대답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무궁화에는 진딧물이 없습니다. 저도 산책하면서 무궁화 사진을 많이 찍는데 진딧물을 본 적은 없습니다. 전문가에 의하면 벚꽃은 나무 기둥에 벌레가 많아서 살충제를 많이 뿌린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무궁화에는 살충제를 뿌리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무궁화를 키워보면 다른 수목에 비해 병충해도 적어서 그다지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정원수라고 합니다.
오해 2) 무궁화의 꽃가루는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무궁의 꽃가루는 바람에 날리는 꽃가루가 아니어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무궁화를 곁에 두고 오래도록 키우시는 분들도 무궁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간다던지 해서 불편함이 생기는 일을 없다고 합니다.
오해 3) 하나의 꽃이 오래 피어있다?
무궁화라는 이름 때문에도 하나의 꽃이 오래 피어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은 무궁화는 끊임없이 새로 꽃이 피고 지고, 피고 지고하여 오래 피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궁화 꽃 한 송이의 수명은 나팔꽃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 12~15시간 정도 꽃이 피어 있고, 그 꽃이 져서 떨어지고 나면 그다음 날 아침에 또 꽃이 피는데 15~20년 된 성목에서는 한 계절에 나무 당 3천 송이 이상 꽃이 핍니다.
이처럼 무궁화는 우리의 오해와 다르게 병충해도 적어 관리가 쉽고, 여름 한 계절 내내 꽃이 피어 개화기간이 길기 때문에 정원수로서의 가치도 매우 크다고 합니다. 또한 매일 새로운 꽃을 피우고 품종도 다양하여 정원수로서의 장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무궁화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무궁화는 3 개체가 남아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무궁화나무는 2011년 1월에 천연기념물 제520호로 지정된 강릉 방동리 무궁화입니다. 다음으로는 천연기념물 제521호인 백령도 연화리 무궁화, 3번째 오래된 무궁화는 천연기념물은 아니지만 홍천 서석면 쪽에 해발 600m 되는 곳에 6m 이상으로 자라고 있는 무궁화가 있습니다. 홍천 풍암리 고양산에 있는 무궁화는 안타깝게도 노령화로 고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태안 천리포수목원, 우리나라 무궁화 수목원
태안 천리포 무궁화 수목원은 약 300여 종의 무궁화 꽃을 심고 가꾸고 있다고 합니다. 무궁화는 다음과 같은 환경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1. 무궁화는 햇빛을 좋아합니다
2. 무궁화는 물을 좋아하지만 물 빠짐이 좋아야 합니다. 물이 고여 있는 곳에 무궁화를 심으면 죽게 됩니다.
3. 무궁화는 비옥한 토양을 좋아합니다. 비료 성분이 많은 곳에서 무궁화를 키우면 화려한 꽃을 많이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일제 치하에서 핍박받은 우리나라 꽃, 무궁화
새와 짐승이 울고 산천도 찡그린다. 무궁화 우리 강산이 망했구나. 가을밤 등불 아래 책을 덮고서 예일 생각해 보니 이승에서 글 아는 사람 되기 어렵기도 하다
조선의 후기 학자이지 시인인 매천은 절명시를 통해 무궁화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매천은 국치를 분해하며 1910년 자결하였는데 황현은 앞으로 우리 민족과 무궁화가 겪을 고난을 예측하고 이러한 절명시를 남겼던 것은 아닐까요?
세계 인류 역사상 동물이나 식물을 가지고 핍박을 한 사례는 없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우리 무궁화에 몹쓸 짓을 많이 하였습니다. 무궁화가 일제 강점기 당시에 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셨던 독립군과 국내의 많은 애국지사들에 의해 무궁화가 광복을 상징하고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전하는 꽃으로 인식이 되자 많은 수탈과 핍박을 가하게 됩니다. 일제는 무궁화를 뽑아 불태우는 직접적인 방식과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무궁화를 외면하게 하는 방식, 예를 들어 학교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무궁화를 뽑아오게 하고 그런 학생에게 상을 주는 간접적인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였습니다. 이때에 무궁화를 보면 눈병이 난다, 꽃가루가 묻으면 부스럼이 난다 라는 말을 퍼트리고 비옥하고 좋은 땅에 심어 정원수로로 활용하던 무궁화를 뽑아다가 더러운 계곡 등에 심어 두고 무궁화는 이런 더러운 곳에서나 자라는 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됩니다. 이러한 탄압에 의해 무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들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제의 탄압은 아이러니하게도 무궁화가 우리나라의 꽃으로 자리매김하는 촉매제가 되었고 일제의 탄압과 핍박 속에서 고난의 삶을 살던 우리 국민들은 나라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무궁화에 투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제 강점기 무궁화 탄압에 맞서 무궁화 보급에 힘썼던 인물로는 한서 남궁억 선생님이 계십니다. 서재필과 함께 독립협회를 창설하고 황성신문을 창간한 남궁억 선생님은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이셨습니다. 남궁억은 1919년 강원도 홍천에 무궁화 묘포를 만들어 나라꽃이 무궁화를 전국에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때 일제의 눈을 피하기 위해 뽕밭에 무궁화를 심었다고 합니다. 이때 독립운동가들은 가슴에 무궁화를 품고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활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무궁화의 종류와 무궁화 활용
법적 지위 없는 나라꽃, 무궁화
우리나라 국민들 누구를 붙들고 국화가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아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무궁화입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국화로 알고 있는 무궁화는 관습적, 상징적 의미의 국화일 뿐 법적인 지위는 없는 상태입니다. 무궁화의 나라꽃 법적 지위를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인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수차례 국회에 상정되었으나 번번이 다른 법안에 밀려 모두 폐기되었습니다. 현재 21대 국회에도 무궁화 꽃의 나라꽃 법제화가 상정되어 있지만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하루 빨리 무궁화가 나라 꽃, 국화(國花)의 지위를 법적으로도 인정받기를 바래봅니다.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입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정부 공식 기념일이 아니라 2007년 여러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나라꽃 무궁화를 기념하기 위해서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제정하자는 운동이 벌어졌고 8자를 옆으로 눕혀보면 무한대(∞) 기호와 같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피고 지고 또 피는' 무궁화 꽃의 의미와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에서 선정이 되었습니다.
무궁화는 "일편단심"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으며, 우아하고 깨끗하게 여름철 한 계절 내내 꽃을 끊임없이 피어내는 아름다운 꽃입니다. 고조선부터 우리의 역사와 함께 해 왔으며 일제강점기에는 광복의 희망을 세워준 꽃이기도 합니다. 우리 꽃 무궁화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나라꽃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세워줘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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